'지구가 정말 움직인다면 사람들이 왜 그 움직임을 느끼지 못하는가?'
현시대의 사람이라면 대충 '관성의 법칙'이나 '등속운동'을 거론하면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을 뒤로 한참 돌려서 13~14세기 정도에 저 물음표가 달린 문장을 듣게 된다면?
'그러네... 움직이는 마차나 말에 타면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데, 지구가 움직인다면 느껴질 텐데, 안 느껴지는 걸 보면 지구가 움직이는 게 아닌 거지.'
이렇게 대화는 끝이 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데 다시 한번 물음표를 붙인 사람들이 있다.
"지구가 움직이는 게 정말일까?"
?
나는 물음표가 자주 붙는다.
"이건 왜 이러지?"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 말을 하는 거지?" "이게 정말일까?"
특히나 요즘에 컴퓨터의 작동 방법이 궁금해지면서
"메모리에 변수, 함수를 저장해서 쓰는 건 알겠는데, 그게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는 게 진짜야? 정말 저장되어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결국 컴퓨터는 모든 걸 0, 1로 이해하는데, 결국 0은 전기가 흐르지 않는 상태고, 1은 전기가 흐르는 상태인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컴퓨터는 전기신호 On/Off를 그렇게 빠르게 한다고? 진짜인가? 작동하는걸 내가 볼 방법은 없나?"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내가 하는 고민들은 이미 누군가 먼저 궁금해하고, 답은 내놓은 질문들도 많다.
그래도 궁금하다.
단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직접 검증하고 이해하고 싶다.
'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는 여러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목숨과 바꿔가며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내가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것이 분명해서 후세로 넘기고, 그 후세는 또 뒤로 넘기며 물음표를 놓지 않는다.
이미 답이 나와 있잖아. 이게 정답이야. 이게 진리야. 받아들여.
답이 진짜 일까? 정답이 정답일까? 진리가 정말일까?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면 안 돼?
만화책을 보는 내내 등장인물들의 너무나 거대한 물음표와 행동에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나는 어디에 물음표를 달고 있지? 그 물음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까지 걸어볼 수 있을까? 해결되면 그다음은?
이렇게 더 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으면서, 내 감정은 설레면서 무서워졌다.
요즘은 물음표를 돈이 되는 곳에만 붙이길 원하고, 돈이 될 때만 답을 내길 원한다.
그래서 좀 위축될 때도 있고, 대단한 물음표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고민도 있지만
예전에 읽었던 웹툰의 글귀를 떠올리며, 여기저기 편하게 물음표를 계속 붙이고, 하나씩 물음표에 답을 찾아봐야겠다.
"쓸모없는 대화가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잖아요."
당신은 어떤 곳에 물음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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