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본 작품들이 있었다.
"단오풍정(신윤복)" / "야묘도추(김득신)" / "황묘농접(김홍동)"
당시에는 교과서에 실린 작품으로 친숙하고 유명하지만 나와의 접점은 없는, 그래서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간송미술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갑자기 내 앞에, 바로 코 앞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설레었다.
"언젠가 꼭 실물로 만나리라."
0. 개인적인 전시 도록 소개
기본적으로 전시 도록들은 전시 의도,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기본 바탕으로 내용을 풀어 간다.
하지만 이 도록(간송미술문화재단 설립 기념전 도록)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묵직하네.(실제로 책 무게도 묵직하다)"
라는 감정이 떠올랐고, 도록을 펼쳐 보았을 때의 감정은
"미술 교과서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도록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1/3 가량만 훑어보고 한동안 덮어 두었던 도록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펼쳐 보고
앞장에 적힌 인사말을 읽고, 이 도록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인사말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내가 느낀 감정은
"이렇게나 큰 업적을 너무나 경건하게, 담담하게, 차분하게, 그렇지만 굳건하게 이야기하고, 이어가고 있다니 묵직한 울림이다."
지금 이 시간, 내 생각이 정리된 이 시점에 이 도록을 펼쳐보아서 너무 좋다.
1. 전시 의도를 담은 방식
도록의 기본은 전시를 진행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종종 작품+전시된 공간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의도를 공간에서 어떻게 더 부각하고자 했는지, 우리는 작품을 위한 공간 연출을 어떻게 했는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도록에서는 DDP에서 진행한 전시공간은 전혀 볼 수 없다.
오직 작품만 수록하였으며, 각 작품의 설명과 해설을 빼곡히 담아 두었다.
한 페이지는 작품 사진 / 반대 페이지는 작품 설명
이 단출한 구성은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매우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도록을 처음 구입해서 처음으로 펼쳐 보았을 때,
"이것은 도록인가... 교과서 인가... 오히려 교과서 레이아웃이 더 흥미롭겠는데..."
라는 생각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펼쳐본 도록에서는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분위기를 담아서 표현한 듯, 담담하고 차분하게, 하지만 묵직하게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겉표지의 색감과 각 장에 담긴 내용들은 가볍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궁금한 작품이 있으면 찾아보고 읽어보고 그리고 덮어도 된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아끼고 수집하셨던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보다,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퍼지게 하지고 싶으셨던 의도가 도록에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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